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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자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보고

영화를 보고 난 다음날 아침
김밥나라에서 된장국을 먹는데 울컥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혹 내 처량한 개인사 때문이 아니었다
순전히 이놈의 영화 때문.

시선은 김혜수를 따라간다
김혜수는 진심, 연기를 한 게 아니었다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을 넘어,
그 당시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이 비극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경종을
대한민국 국민의 시선으로 그대로 옮겨냈다.

 

최국희 감독은 어떻게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냐가 아닌,
급변 사태를 해결해내는 최소한의 과정,
그 무능한 전부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지금에서야 되묻는다.

내가 견딜 수 없이 울컥했던 장면은
허준호 아저씨가 배란다에서 끝내 떨어지지 않고
아이들 생각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가장의 무게 때문이 아니다.


아무도 절대 믿지 말라는 얘기를 아들에게 가훈처럼 건네야 하는 아비,
시대가 바뀌어 외국인 노동자를 함부로
다르게 대하는 그의 에티튜드 때문이다

 

군에서 제대한 후 24살의 나는 
사실 IMF가 뭔지 몰랐다
여전히 우리 가정은 가난했고 
휩쓸릴 만한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때 나는 어렴풋이 알았다
국가는 국민을 지켜내야 하는 가장 강력한 기구라는 것,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그 모양이 될 때까지 대한민국은 
정말 아무 것도 몰랐거나
몇 사람의 조종에 의해 완벽히 통제됐다는 것을.

내 자식들에게 세상에 큰 희망을 갖고 살아가거라 하기엔
여전히 이 세상은
무서운 뭔가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묻고 싶다
지금 그 시절보다 무엇이 나아졌는지를